보도자료

“30년간 일군 김치공장, 코로나 오해로 엉뚱한 피해”

11

집단감염 발생 청양 김치공장 ‘한울’
“문제없다” 방역당국 발표에도 감염 전후에 생산된 제품 회수
충남도 ‘전량 회수-폐기’ 발표에 ‘문제 있는 것 아니냐’ 문의 잇따라
뒤늦게 수정했으나 신뢰 이미 추락

 

“30년 동안 피땀으로 일군 회사가 방역당국의 잘못된 발표로 큰 위기에 처했습니다.”

편의점에서 인기 있는 ‘꼬마김치’ 생산업체인 충남 청양의 김치공장 ㈜한울(대표 백창기)이 직원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에 이어 고객 불신의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한울은 1988년 창업해 배추와 무를 유기농 계약재배해 김치를 만들고 국내 최초로 볶음김치를 개발해 대형마트와 편의점에 납품하는 한편 해외에 수출까지 했다. 철저한 안전 및 위생 관리로 국내 김치공장으로서는 두 번째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을 받기도 했다. 인구가 3만 명 남짓한 청양군의 한 시골(비봉면)에 공장을 지어 주민 150여 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에 위기가 닥친 것은 이달 초. 공장 직원인 20대 네팔 여성이 코로나19에 감염된 데 이어 22명이 확진 받아 공장 문을 닫고 직원들은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회사는 ‘식품에 의한 감염사례는 없다’는 방역당국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걱정을 우려해 감염 전후에 생산된 제품을 모두 수거했다. 백 대표는 “창업 이후 깨끗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강조해왔다”며 “회사는 자체 마련한 위생관리 매뉴얼대로 차분히 대응해 왔다”고 했다.
그런데 엉뚱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현장 조사를 마친 충남도가 보도자료를 통해 ‘현 공장 재고량 판매 중단 및 기간 중 유통 식품 50t 전량을 회수 폐기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것. 이 내용은 언론에 그대로 보도됐다. 질병관리본부는 물론이고 국내외 연구기관에서 ‘식품에 의한 감염 사례는 없다’는 발표와 달리 일방적으로 전량 폐기하겠다고 밝힌 것.

이런 발표가 나오자 중간 가공업체와 소비자들로부터 ‘(자자체가 나서) 폐기할 정도면 김치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문의가 잇따랐고 외국 수입업체에서도 의아한 눈초리로 보기 시작했다. 특히 폐기 대상에 코로나19 발병 이전에 생산돼 살균 포장된 볶음김치 35t도 포함됐다.

충남도는 뒤늦게 ‘재고량 폐기’라는 문구만을 뺀 채 ‘(회사 쪽에서) 전량 회수에 나섰다’고 수정 발표했으나 제품에 대한 신뢰는 이미 땅에 떨어진 상태였다.

백 대표는 “1994년 배추 파동 때도 대기업들은 적자를 이유로 김치 생산을 포기했으나 우린 5억 원 적자를 감수하고 편의점에 김치를 공급했다. 30년 동안 신뢰를 생명처럼 여겼는데…”라며 울먹였다.
지역의 견실한 중소기업이 엉뚱한 피해를 입자 청양군도 대책에 나섰다. 김돈곤 청양군수는 “공장 시설 23곳에 대한 검체 결과 모두 음성으로 나타났다”며 “김치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군청 구내식당에서 소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백 대표 지인들도 김치를 구입하겠다고 나섰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도 유사한 글이 올랐다.

백 대표는 “물질적인 손해는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지만 정직과 신뢰를 생명으로 여겨온 기업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이 가장 걱정스럽다”고 했다. 이에 대해 충남도 관계자는 “(소비자가 원할 경우) 제품을 전량 회수해 폐기하겠다는 회사의 방침을 보도자료로 전하는 과정에서 다소 오해를 살 만한 표현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